휴대전화는 새로운 소비자 경제와 문화 트렌드를 형성하는 원동력이다. 회사원 김모(35·서울 신도림동)씨는 최근 중고차를 구입하려고 중고차 시장을 들렀다. 중개인은 “1년 된 무사고 차량으로 새 차나 다름없다”며 은색 쏘나타 구입을 권했다. 중개인이 보여준 자동차 성능점검 기록부에는 사고 흔적이나 성능 이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. 그러나 김씨는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차량번호를 입력했다. 그러자 해당 차량이 두 차례의 접촉사고로 100만원 가량의 수리비가 들었다는 정보가 표시됐다. 김씨는 이 차량을 구입하지 않았다.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보험 코너에서 차량의 사고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.
휴대전화는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다. 무선인터넷 단말기, 모바일 게임기, 디지털 음악(MP3) 연주기, 위성TV 수신기 등 기능을 갖춘 만능도구로 진화하고 있다. 휴대폰은 언제나 소비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. 휴대전화로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음악 시장은 2001년 700억원 규모에서 2004년 45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. 휴대폰으로 계좌이체 등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의 가입자는 연평균 189%씩 늘어 2005년 160만명을 기록했다. 은행 고객의 4명 중 1명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셈이다. 모바일 게임 산업도 매년 45%씩 성장해 2005년 3062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.
한국인은 유별나게 신기술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. 한국은 휴대전화 ‘얼리어답터(Early-adopter·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수용자)’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. 지난해 각국에서 팔린 휴대전화 중 카메라 기능을 갖춘 고기능 휴대폰이 차지한 비율은 한국이 89%로 미국(14%), 유럽(44%), 중국(39%)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.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. 한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는 평균 12개월로 미국(21개월) 캐나다(30개월)의 절반 수준이다.
젊은층에게 휴대전화는 패션 소품이 된 지 오래다. SK텔레텍이 2004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대 후반의 휴대폰 구매 고객 중 36.7%는 “디자인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”고 응답해 “기능을 먼저 따진다”는 응답(11.7%)보다 훨씬 많았다. 반면 30대 후반의 고객은 기능(25%)을 디자인(19.2%)보다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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청소년의 휴대전화 중독증은 심각한 수준이다. 국가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청소년 11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이용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1명은 “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”고 응답했다. 응답자의 40%는 “수업 중에도 몰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”고 답했다. 일부 청소년은 하루 400건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휴대전화가 없으면 우울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.
휴대전화·인터넷 등 통신 비용은 저소득층의 허리를 휘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. 통계청에 따르면, 하위 20% 소득계층의 지출 항목 중 통신비의 비중은 1995년 2.6%(1만9040원)에서 2005년 8.2%(9만7538원)로 급증했다. 통신비는 저소득층의 지출 중 식비와 교육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.
김민구 주간조선 기자 (roadrunner@chosun.com)
중고차의 현재부터 과거까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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